Episode 7. 취업이라는 터널의 중간에서 발견한 가능성

2023. 6. 19. 13:39취뽀를 향해서/취준일기(완)

Episode 7   |   취업이라는 터널의 중간에서 발견한 가능성

 

 

 

바로 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국방로봇 경진대회는 정말 긴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해당 기간 동안 프로젝트에 정말 온 힘을 쏟은 것은 맞지만 가끔씩 나의 꿈을 위한 활동을 병행해 진행하기도 했다. 로봇이라는 상품이 배터리와 모터를 기반으로 한 BEV와 유사한 제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해당 내용이 면접에서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경험 Spec이 로보틱스와 전기차 배터리 교육으로 집중되었다는 상황을 돌아보면 진짜 "자동차"와 관련된 활동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종종 박람회나 공모전 정보 혹은 산업 콘퍼런스 정보를 찾아보았다. 21년 6월 이후로 대부분의 모빌리티 박람회는 지방에서 개최되었다. 자본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박람회 장소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 SNS를 통해 한 가지 흥미로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초로 개발자 콘퍼런스, 즉 DevCon을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가고 싶어 하던 기업이 개최하는 콘퍼런스이고 최신 연구 과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사전등록을 진행했다.

 

 

 

 

1.  2021 HMG 개발자 콘퍼런스 최우수 리뷰/질문에 선정되다

 

2021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으로 개최한 DevCon 썸네일
2021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으로 개최한 DevCon 썸네일 / 사진 출처 : 2021 HMG DevCon 홈페이지

 

시간이 흘러 2021 HMG 개발자 콘퍼런스가 개최되는 11월 10일이 되었다. 굉장히 이른 시간부터 발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탑승하면서부터 강의 내용을 들었다. 대회 준비와 콘퍼런스 내용 수강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강의를 수강하지 못할 뻔했지만 다행히 그때 당시 내가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어서 이를 병행할 수 있었다.

 

21년 현대자동차의 개발자 콘퍼런스는 모빌리티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 느껴지는 발표였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V2X, 로보틱스, UAM, 효율적인 경로계획,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혹은 Fleet Platform과 같은 넓은 주제를 포함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22년 개발자 콘포런스가 차량 내 S/W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비할 때 21년 발표는 모빌리티라는 주제를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21년은 모빌리티라는 주제에 22년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주제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것 역시 이런 주제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예상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주행과 관련된 MIT Daniela Rus 박사님의 외부 연사 강연이었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MIT에서 시도하고 있는 방법, 해당 Lab에서  어려운 과제로 꼽히는 비보호좌회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이론적 개념을 도입했는지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UAM과 자율주행 중 어떤 기술이 먼저 상용화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신 부분이었다.

 

박사님께서는 UAM의 경우 항속거리와 배터리 용량을,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인간과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변수 대응력이 상용화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언급해 주셨다. 그리고 이런 걸림돌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모습이 변화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난다. 개인적으로는 UAM이 아직까지는 더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 레벨의 자율주행 혹은 특정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은 이미 상용화가 되어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 자율주행에 다가가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터리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하고 있는 것처럼 고용량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거 가능하기에 아직까지는 UAM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수 질문으로 채택되어 받은 ERGO K860 키보드
세션 우수 질문으로 채택되어 받은 ERGO K860 키보드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주제는 커넥티비티 기술을 활용한 경로 계획(Path Planning)을 다룬 세션이었다. 차량 내 커넥티비티를 말할 때 인포테인먼트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제공 혹은 V2X 기능을 활용한 외부기기와의 호환성을 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해당 강연에서는 커넥티드 기술을 활용한 교통 경로 계획의 효율 향상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교통이라는 요소는 미래 모빌리티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차량의 이동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교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빌리티 시대에 내부 공간의 활용이 주목받는다 하더라도 원초적인 경로 계획에 있어 차질이 발생한다면 이용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는 식당이더라도 메뉴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기분이 나쁜 것처럼 말이다. 강의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이런 문제를 깊게 고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가 정확하게 경로 계획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한 것이 느껴졌다. 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한 모델 학습, 경험적 사례를 활용하는 방식, Keyword의 고려처럼 많은 요소를 활용해 정밀한 이동 계획을 보조하려는 시도가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 공조 시스템, 바이오 인식처럼 사람과 차량을 연결해 개인화의 정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지속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해당 세션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우수 질문에 선정되어 상품도 수령할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그리고 해당 세션을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나의 경우 모빌리티를 이송 수단이 아닌 사람의 이동에 초점을 맞추며 그 시간의 이로움을 늘리고자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시간을 뜻깊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커넥티비티를 활용해 사람과 차량, 차량과 외부기기를 연결해 더욱 인간중심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이라 생각했다.

 

최우수 리뷰로 선정되어 시승해 본 KIA EV 6
2021 HMG 개발자 콘퍼런스 최우수 리뷰로 선정되어 시승해 본 KIA EV 6

 

콘퍼런스가 끝난 이후 리뷰를 작성했다. 최우수 리뷰로 선정되면 아이오닉 5 모델의 2박 3일 시승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이오닉5의 디자인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전기차를 직접 경험하고픈 마음에 리뷰를 작성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운영하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작성했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그런지 내가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우수 리뷰로 선정된 것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그토록 가고 싶은 기업에 인정 받은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꿈만 같았던 자동차 산업에 다가가고, 어쨌든 최우수 리뷰로 선정되며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것 같아 흥분되었다. 그리고 이는 취업을 준비하며 많은 탈락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아이오닉5가 아닌 EV6를 시승하게 되었지만 E-GMP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다. 여담이지만 취업을 한 지금 어쩌면 이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평상시 이용하는 차가 경차 라인업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지만 가볍게 밟았는데도 120~130km/h의 속도가 나오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차량이 정숙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해주셨다. BEV의 불편함이라 생각했던 항속거리 역시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주변에서 코로나19가 걸려 원하던 여행을 떠나지는 못했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차량을 이용하며 나도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차량 개발에 함께하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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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모빌리티쇼에 방문하다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소개된 BMW iX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소개된 BMW iX

 

21년 11월 말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관신청을 했다. 학교 다닐 때 의무적으로 신청했던 2017년의 과거와 달리 자발적인 신청이었기 때문에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과거 학교 과제를 위해 참관했을 때에는 모터쇼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차량에 대한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성하는 특정 부품의 생산 공정을 조사해야 했던 만큼 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 가겠다는 생각에서 온 모빌리티쇼는 다르게 느껴졌다. 각 브랜드가 전동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BMW의 iX, i4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아우디 e-trone과 같은 모델을 통해 해외 브랜드가 전동화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춰 모비스의 M-Vision과 같은 PBV, 자율주행 셔틀과 같은 전시물을 확인하며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오닉6의 콘셉트 카 모델이었던 프로페시
아이오닉6의 콘셉트 카 모델이었던 프로페시

 

현대자동차의 전시관에서는 아이오닉5를 활용한 로보택시 모델과 아이오닉 6의 디자인 base로 작용한 프로페시 모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억에 프로페시 모델은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아무래도 SUV에 집중되는 전동화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BEV 세단이 어떤 형태로 등장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답해줄 수 있는 모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기대만큼 아이오닉6가 기대와 달리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목적으로 프로페시는 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레이의 2열 시트 공간을 제거하고 다용도 목적으로 활용가능하게 만든 레이 PBV의 모습
레이의 2열 시트 공간을 제거하고 다용도 목적으로 활용가능하게 만든 레이 PBV의 모습

 

기아의 레이의 뒷공간을 재해석한 다양한 PBV 모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은 화분 혹은 꽃을 판매하는 목적으로 레이의 2열 및 트렁크 공간을 재해석한 사진이다. 해당 예시를 제외하고도 레이의 2열을 차박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부터 우체국 택배 배송과 같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3~4개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도 기아는 이런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9월 개최되었던 레이의 공간 활용 방식 공모와 같이 이런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기아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2열 공간을 넓혀 승객 운송 용도로 활용가능한 니로 PBV를 제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아는 PBV를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 레이의 경우 실내 공간이 넓은 박스형 경차인만큼 그 공간 활용 방식을 다양하게 탐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당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아기 차량 내부 활용 공간 사례를 찾아내고 있는 것은 Plan S 전략의 일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목적을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당시 차량을 전시한 많은 기업 중에서 기아가 별도의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양산차의 공간 활용사례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버스라는 이동 공간을 Office로 재탄생시킨 현대자동차의 전시관 모습
버스라는 이동 공간을 Office로 재탄생시킨 현대자동차의 전시관 모습

 

또 다른 인상적인 사례는 현대자동차가 버스를 이동하는 사무실 즉 모바일오피스로 재해석한 공간이었다. 버스의 최후방에는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앞쪽의 좌석은 개인이 이동 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내장된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동 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에 별도의 화장실을 마련한 것 역시 흥미로웠다.

 

버스를 오피스로 활용하는 것은 큰 장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업이 셔틀버스를 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만큼 근로자들의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하면 더욱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만큼 개인 공간의 확보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 탑승 인원이 줄어든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의 이동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이동 중 멀미에 대한 해결이 필요해보였다. 이동 중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혁신적인 요소지만 사용자 관점에서의 접근이 이뤄진다면 더욱 좋은 시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차를 이용하면서 스마트폰을 오래 바라만봐도 멀미가 오는데 업무를 병행해 수행한다면 더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기에 개별 사용자에 대한 케어가 동반된다면 더욱 그 활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이런 발칙한 시도는 전시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였다. 모빌리티라는 것이 개인의 이동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의 고객에 대한 니즈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자동차가 미래에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바뀔 것임을 알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산업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라는 미래 방향성과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에 집중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국방로봇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모빌리티에 대한 고민을 여러 차원에서 조명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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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7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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