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

2023. 6. 16. 13:17취뽀를 향해서/취준일기(완)

Episode 5   |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

 

 

 

내가 속한 웨어러블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육생은 나를 포함해 총 2명이었다. 교육이 마무리되고 실무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직전에 약 20명의 인원이 남아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작은 인원수가 배정된 것이다. 공고가 자율주행 분야의 AI 인력 양성을 언급한 만큼 이를 목표로 한 지원자가 많았을 것이고, 따라서 해당 분야와 이질적인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지원자가 적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인해 인당 맡을 임무의 중요성이 상당히 커진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  웨어러블 전문 A 로봇기업 실무 프로젝트

 

웨어러블 로봇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성수 본사 근처 사진

 

공식적으로는 교육 기관에서 해당 기업으로 배정받은 것이지만, 현직자분들께서는 나를 인턴이라 불러주셨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참 심하던 시기, 대면으로 모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러기에 온라인 플랫폼 Zoom을 활용해 대다수의 교육이 진행되었다. 실무 프로젝트는 강의와는 차이가 있었다. 첫 시작은 가벼운 주제였다. 로봇의 정기구학과 관련된 원서를 공부하고 로봇의 각 관절 조인트 위치를 예측하는 것을 코드로 구현하는 것이 첫주차 과제였다. 로봇을 걷게 만들 때 각 관절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 제어에 중요한 만큼 해당 역량을 미리 갖추라는 의도에 그런 과제를 내주셨을 것이다.

 

과제를 수행하며 기업에 직접 가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로봇을 제어하는데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고, 해당 역량을 갖추기 위한 서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당 본사에 가서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라는 의도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후 처음으로 마비 환자들을 위한 재활 용도의 웨어러블 로봇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로봇이 걷는 것을 보조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기존 보폭과는 차이가 있어 거기서 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을 활용해 계단을 걷기 위한 동력을 보조하거나 뒤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세를 잡는 것에서 로봇 기술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첫 과제를 수행하던 와중 급박한 연락을 받게 되었다. 내가 속해있던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팀을 이동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같은 팀원분께서 다른 기업에 취업함에 따라 나 혼자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혼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멘토님들께서는 회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끝내는 조치를 단행하셨다고 했다.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과 더불어 아쉬움도 함께 느꼈다. 그 때 당시 막 과제를 완성했던 터라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연락을 주신 교육 담당자님께 허락을 구해 작성한 자료에 대한 발표를 마무리 짓고 팀을 이동하겠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본사에 가서 작성한 자료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잘 작성해 주셨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너무 기초적인 수준이어서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향후 가고 싶어 하는 분야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었고, 교육 과정을 전담해 주신 매니저님들과 이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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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율주행 기초 교육 수강

 

자율주행 기초 교육 및 실습이 진행되었던 개포디지털혁신파크

 

남은 것은 팀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소셜로봇, 자율주행로봇, 공장 작업용 AGV를 주제로 하는 3가지 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프로젝트 내용을 들었을 때 AGV쪽이 끌렸던 터라 해당 분야를 선택하는 것을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자율주행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음을 떠올리며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자율주행로봇 프로젝트 참여를 선택하게 되었다.

 

팀을 정한 이후 비대면 교육을 수강했다. 내가 중간에 참여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전에 교육을 들은 분야와 겹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첫 주차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제어프로그램 교육을, 둘째주에는 차량의 측위에 필요한 GPS 분야 교육을 들었다. GNSS와 RTK GPS라는 개념을 접하며 GPS가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이를 활용해 자율주행차의 측위 정밀도를 훨씬 높일 수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대면 교육을 마친 이후 대면으로 간단한 프로젝트를 부여받았다. 실습은 주로 개포대지털혁신파크에서 진행되었다. 로봇의 구동을 위한 모터 제어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쉬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익숙한 S/W 언어가 아닌 비주얼 기반의 제어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인터넷에 관련 예제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른 분들과 힘을 합쳐 이를 기한 내 마무리할 수 있었고 멘토님 앞에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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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떨리는 첫 공모전 참여

 

임무를 수행하던 와중 팀원분들로부터 국방로봇 경진대회 공모전 참여를 제안받게 되었다. 나도 친구와 개인적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공모전이지만, 인원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흐지부지 되었던 공모전이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나의 실력이 부족함을 알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역량을 기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내가 공학을 공부할 때에도 이론을 깊이 파기보다는 실전예제를 풀며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율이 좋았다는 것에서 기인했다. 둘째, 학교에서 있던 익숙한 친구들과 달리 새로운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환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팀 합류에 영향을 끼쳤다.

 

공모전을 진행하게 되며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첫 번째 선택은 팀 전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가 국방로봇대회를 참여할 경우 로봇의 개발부터 실증까지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래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던 자율주행 대회 참여라는 2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2개의 공모전 중 하나를 택해야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국방로봇프로젝트가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이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율주행 대회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둘째, 학교와 관련된 개인적인 선택을 내려야 했다. 교육과 학교 수업을 병행하는 것도 부담이 있었던만큼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한 휴학을 고민했다. 취업관련 저서를 읽어보며 휴학이라는 것이 취업에 어떻게 리스크나 공격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단순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All or Nothing이라는 말처럼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고민끝에 1년간 휴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직까지 많은 도전을 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취업시장에 나간다면 경쟁력이 없을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1년이라는 시간을 내가 진짜 하고싶은 활동을 하고 나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아깝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2가지 결정을 내린 이후 7월 휴학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시작했다.

 

 

 

 

- Episode 5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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